과
거 화학산업의 급속한 발전에 힘입어 현대 인류는 한층 높은 생활의 질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인류에 유익하게 이용되었던
각종 화학물질들이 오히려 인체에 해로운 경우가 발생하면서 최근 EU REACH가 시행되는 등 선진국 중심으로 화학물질에 대한
규제가 심화되고 있다. 앞으로 이러한 규제가 더욱 확산,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기업들은 단순한 대응보다 궁극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녹색화학’이 규제에 대한 궁극적인 대안으로 대두되고 있으며 BASF를 비롯한 여러
선진기업들은 녹색화학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녹색화학을 성공적으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을 감안한 환경
요소를 수치화하는 것과 환경을 고려한 의사결정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기업의 적극적인 실행이 뒷받침되어야만
실질적인 성과가 나타날 수 있다. 최근 우리 정부는 REACH 등 화학물질 규제에 대한 지원과 함께 기업들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선진국 수준으로 화학물질 규제를 강화할 예정이다. REACH 등 선진국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중소기업의 대응이 상대적으로 취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대적으로 대응력이 뛰어난 대기업들은 물론 중소기업도 함께 대응해
나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하겠다.
작년 중국에서 제조된 아기용 분유에 멜라민이 다량 함유되어 중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큰 파문이 일어난 적이 있다. 멜라민은 열에 강하기 때문에 그릇 등 주방용 플라스틱에 많이 사용되고 있지만 식용 사용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금지되어있다. 이렇듯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멜라민이 1978년 이전 만하더라도 합법적으로 가축 사료로 사용된 적이 있었다.
현재 유해성으로 인해 사용이 금지된 DDT의 경우 개발 초기에는 ‘값싸고 효과 좋은 꿈의 신기술’로 불리었고 1950년대에는 세계 보건기구에서 말라리아를 막기 위해 적극 권장하기까지 하였다. 과거에는 화학합성물질에 대한 유해정보가 많지않아 실제 사람에게 치명적인 물질인데도 버젓이 판매, 사용되는 일이 많았다. 그러면 현재는 유해한 물질에 대한 통제가 잘 이루어져서 모든 제품이 안전하다고 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아직까지도 모든 화학물질들이 완전하게 유해성이 검증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셀 수 없이 많은 화학물질들이 생산, 가공되어 사용되고 있지만 이중 유해성이 파악된 제품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앞에서 얘기했듯이 실제 유해성이 있더라도 상당한 기간동안 일정량을 사용해야만 그 원인과 결과와의 관계를 밝혀낼 수 있기 때문에 모든 화학물질의 유해 여부를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 즉, 대량 유통, 사용되고 나서야 유해성 여부가 판단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와같이 최근 화학물질의 유해성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면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화학물질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EU의 경우 다른 국가에서 새로운 무역장벽이라고 주장함에도 불구하고 REACH(Registration, Evaluation, Authorization and Restriction of Chemicals) 와 같은 강력한 화학물질 규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EuP(Energy using Product), WEEE(Waste Electrical and Electronic Equipment) 등 단순히 화학물질에 그치지 않고 이를 사용하는 제품 및 에너지 사용에 대한 규제로까지 범위를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규제는 EU에만 그치지 않고 미국, 일본 같은 선진국뿐만 아니라 중국 등 개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다양한 규제가 확산되고 복잡해지면서 기업들은 이에 단순히 대응하기 보다는 근본적인 해결을 통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규제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녹색화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본고에서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녹색화학’에 대한 정의 및 탄생 배경에 대해 알아보고 주요 선진국의 화학물질 규제 현황을 통해 화학 기업의 바람직한 대응 전략을 점검해 보았다.
Ⅰ. 녹색화학의 탄생 배경 및 정의
지난 19세기 말부터 약 100여 년간 화학분야의 눈부신 발전에 힘입어 산업활동이 급속히 증가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현대 인류는 높은 생활 수준을 영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발전과 더불어 화학기술의 오남용으로 인해 우리 지구의 환경이 파괴되어 온 것 또한 사실이다. 이에 최근 들어서 모든 산업발전은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의 이념하에서 이루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용어는 1987년 ‘인류 공존의 미래(Our Common Future)’라는 유엔보고서에서 처음 쓰기 시작했으며 이 보고서에 의하면 모든 산업 성장은 현재의 필요를 충족함과 동시에 미래 인류세대의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반드시 자원과 환경이 보존되는 것을 전제로 한 성장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속가능한 발전의 이념이 확산되면서 화학산업에서도 그에 상응하는 녹색화학이라는 개념이 탄생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1990년 미국에서 환경오염방지 법령(Pollution Prevention Act)이 시행되면서 녹색화학에 대한 관심이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이 조치는 제품 생산활동에서 방출하는 오염원의 수집과 환경처리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제품 생산활동의 시작부터 원천적으로 오염가능성을 방지하는 최초의 환경관련 법이다. 이 법을 통해 1991년 환경보호국 산하의 오염방지 및 독성물질 사무국(Office of Pollution Prevention & Toxics)이 녹색화학 프로그램을 처음으로 설치하게 되었고 이때 ‘녹색화학’이라는 용어가 거론되기 시작했다. 녹색화학 프로그램은 미국환경보호국이 대학, 기업 그리고 정부기관들과 협력하여 오염을 원천적으로 방지하는 기술을 개발, 촉진하기 위한 것으로 현재도 계속 진행중인 프로그램이다. 1995년부터 미국 학계에서도 녹색화학에 대한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미국 화학학회 주최로 녹색화학 기술개발자들을 위한 포상제도 (Presidential Green Chemistry Challenge Awards)를 실시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결국 1998년 미국 환경보호국의 폴 T. 아나스타스와 메사추세츠 공대의 존 C. 워너가 녹색화학에 대한 정의 및 그 실행방안을 제시하면서 녹색화학이론을 정립하게 된다.
아나스타스 교수는 ‘녹색화학’을 ‘화학물질의 개발, 공정설계 또는 이용시 인간이나 환경에 유해한 물질의 생성 및 사용을 줄이거나 없애는 일체의 활동영역’이라고 정의하고, 생산성과 제조비용에만 관심을 가졌던 합성물질 개발 내지 제조업자들이 이제는 환경 요소를 감안해서 물질/공정 설계를 해야 함을 역설하였다. 즉, 지금까지 화학자/화학공학자들은 유해물질이 생산되면 처리한다는 식이였지만 앞으로는 아예 이러한 물질이 생성되지 않도록 물질 및 공정을 설계할 때부터 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지금까지의 물질 합성 방법의 기본 개념을 바꾸는 새로운 화학/화학공학의 패러다임이라 할 수 있다.
그럼 1990년대 초에 시작되었던 녹색화학 이슈가 왜 최근 들어 너도나도 인용하는 핫이슈로 대두되었는가? 화학물질 유해성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고조되면서 주요 선진국에서는 유해물질에 대한 정책 방향이 달라지게 된다. 소극적인 사후 처리 방식(End of pipe, 생산 공정의 최종 배출구에서 발생하는 폐수나 폐기물에 대해 사후 오염 처리하는 것을 의미함)에서 벗어나 유해 물질이라고 판정이 되지 않더라도 개연성이 있으면 규제하고 또한 이러한 유해물질이 발생할 경우 대체물질 사용을 유도하는 적극적인 규제 정책으로 전환하게 되는 것이다. 이들 정책의 근본적인 목표는 화학물질을 사람, 환경에 주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생산, 사용하는 것으로서 이는 녹색화학이 추구하는 방향과 일치한다. 즉 녹색화학이 이러한 강력한 규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방안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이러한 개념 도입을 통해 친환경 사업이라는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할 수 있어 최근 많은 국가와 기업들이 더욱더 녹색화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Ⅱ.주요 선진국의 유해화학 물질 규제 동향
녹색화학의 개념은 이미 여러 선진국에서 도입하여 직·간접적으로 환경 정책에 반영되고 있다.
EU
EU 의 제품이나 물질에 대한 규제는 REACH 뿐만 아니라 전기전자제품 폐기물 처리 지침인 WEEE와 전기전자장비의 유해물질 사용을 제한하는 RoHS(Restriction of Hazardous Substances), 자동차 폐차지침이라 할 수 있는 ELV(End-of-Life Vehicle) 등이 있다. REACH를 제외한 다른 규제는 해당 산업이 한정되어 있는 반면 REACH는 모든 화학물질을 다루는 포괄적인 규제라 할 수 있다. REACH에 대해 보다 자세히 살펴보면, REACH는 년 1톤 이상의 화학물질을 수입, 생산하는 모든 업체들에게 적용되며 미국에도 이와 유사한 규제가 있으나 미국은 신 물질에 대해 규정하는데 반해 REACH는 모든 물질에 대해 규정하고 있어 보다 강력한 규제라 할 수 있다.
REACH 규제의 근간이 된 EU의 환경 정책 원칙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 선 사전오염 예방차원에서 특정 물질이나 행위가 환경보호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없더라도 개연성이 있는 경우 사전에 방지하는 방향으로 정책 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는 철저한 오염자 부담원칙이다. 오염방지에 필요한 비용은 원인제공자가 부담해야 하며 이는 오염원인자에게 보조금 등을 지원하지 않아야 된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셋째, 미래 세대의 성장동력을 손상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넷째 환경세 등 간접 규제보다는 배출원인 오염자에 대한 직접 규제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과 마지막으로 모든 환경정책은 수송, 산업 등의 다른 정책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 정책 원칙에서 볼 수 있듯이 EU는 간접규제가 아닌 오염자에 대한 직접 규제 방식을 선택하고 있으며 유해성에 대한 개연성만 있어도 사전방지를 목표로 하고 있는 등 강한 규제를 선호하기 때문에 앞으로 REACH가 실행되는 단계에서 유해물질이 대체 물질로 전환되지 않는 한 유해물질에 대한 유통, 사용에 많은 문제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최근 EU는 REACH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요구하는 화학물질 제한 정책을 검토중에 있다. 원료 조달에서 폐기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 소비되는 에너지와 배출되는 폐기물을 정량화해 해당 제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 측정함으로서 제조단계부터 규제하는 통합제품 정책(Integrated Product Policy, IPP)이 이에 해당된다. 2001년 2월 EU는 통합제품 정책 녹색보고서 (IPP green paper)를 발간하고 공식의제로 채택하여 회원국간에 실행화를 위한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 중에 있다. 조만간 이 정책이 발효가 된다면 REACH보다 더 강력한 규제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미국
미국의 화학물질 관리는 독성물질통제 법령(Toxic Substance Control Act)과 환경오염방지 법령(Pollution Prevention Act)이 근간을 이루고 있으며 이 두 법령을 통해 신규화학물질 등록제도와 기존화학물질의 리스크 평가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 두 법령외에 각 주마다 해당 주에서 제정한 법령들이 있다. 다른 주에 비해 캘리포니아 주가 환경규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최근 캘리포니아 주 당국은 주 환경보호국에서 2008년 12월에 작성한 ‘녹색화학 발의(Green Chemistry Initiative)’를 일부 수용하여 법제화하면서 환경규제를 강화하였다. 비록 발의 내용 중 일부만 법으로 채택되긴 했지만 앞으로 미국의 화학물질 규제가 발의 내용을 근거로 더 강화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발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캘리포니아 주 환경보호국의 발의 내용은 EU의 REACH와 유사한 부분이 많다. 모든 물질 정보 및 독성물질에 대한 정보를 공개한다는 점과 제조업자들이 유해물질을 다른 물질로 대체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점 등 REACH와 일맥상통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제품 판매에 관여하여 친환경제품을 생산하도록 유도한다는 점은 REACH에 비해 좀더 적극적인 대책이라 할 수 있다. 발의 내용 중 최근 주 정부가 채택한 내용은 물질 정보 공개 의무화 및 독성정보 열람 등이며 이미 법률화해서 효력이 발효된 상태다.
미국의 화학물질 규제 움직임은 유럽에 비한다면 그리 활발하지 않다고 볼 수 있지만 녹색화학에 대한 미국내 학계의 대응은 타국가와 비교해 볼 때 매우 적극적이다. 미국의 예일대학, 카네기멜론 대학 등 10개가 넘는 유명 대학들은 이미 녹색화학 과정을 별도로 개설, 운영하면서 미래 녹색화학 산업을 이끌어 갈 인재를 육성하고 있다. 또한 미국 화학학회에 있는 녹색화학협회(Green Chemistry Institute)에서는 앞으로 녹색공정기술을 인증할 수 있는 표준을 만들어 기업들이 녹색화학을 실천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일본
일 본 또한 녹색화학으로의 변화에 발맞춰 최근 정부정책에 녹색화학의 이슈를 적극 반영하고 있다. 우선 일본 정부는 일본내 화학물질 규제 법률인 화학물질 심사 규제법을 2009년 2월에 개정하면서 모든 기존/신규 화학물질에 대한 리스크 베이스 관리를 강화할 예정이다. 또한 ‘우선 평가 화학물질’(유해 물질)을 선정하고 이에 해당되는 제품에 대해서는 사업자가 제조/수입 물량과 용도 정보를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하였다. 이번 개정은 기업의 대응 능력을 감안하여 EU REACH 정도로 강화하진 않았지만 기업의 수준이 높아지면 더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일본 정부는 기술 강국에 걸맞게 녹색화학 기술 확보를 위해 적극적인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신에너지/산업기술 종합개발기구 등과 함께 2005년부터 작성하고 있는 ‘국가기술 전략 개발 맵’에 2008년부터 ‘녹색 지속가능화학 (Green Sustainable Chemistry)’ 항목을 추가하였다. 신에너지/산업기술 종합개발기구는 별도의 녹색 지속가능 화학 위원회를 설치하고 에너지 절약, 생활의 질 향상, 자원 절약, 친환경 등 4가지 지표를 중심으로 이에 해당하는 화학 기술 개발 항목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 일본은 녹색화학 정량화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신에너지/산업기술 종합개발기구가 지정한 녹색 지속가능 화학 추진을 위한 기술 개발 과제를 보면 매우 구체적으로 나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최근 발표된 2009년의 녹색 지속가능 화학 추진과제를 보면 벌크 제품의 친환경 생산 공정 개발에 대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최근 일본이 벌크 제품에 대해 특별히 관심을 두는 이유는 일본화학산업이 지금까지 제품의 스페셜티화, 자원 이용의 효율화에 집중해 왔지만 화학산업의 스페설티화가 일정하게 계속 진행되더라도 에틸렌이나 프로필렌 등 기초원료가 앞으로도 계속 사용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보면 첫째는 나프타 분해방식을 기존의 열분해방식이 아닌 촉매 접촉분해 방식으로 개발하는 것이다. 이 기술이 개발된다면 반응기의 반응 온도를 낮추게 되서 사용 에너지 량을 20%이상 낮출 수 있고 또한 반응 수율을 높일 수 있어 생산성 향상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효과를 얻게 된다.
현재 전세계 에틸렌, 프로필렌의 생산 방식이 상당부분 나프타 열분해 방식임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기술의 파급효과는 엄청날 것이다. 둘째는 나노기술을 응용한 다공질 막을 적용해서 분리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 기술을 적용한다면 기존 공정에 비해 50% 가까운 에너지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분리공정이 대부분의 석유화학 공정에 포함되어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 또한 획기적으로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마지막으로 획기적인 이산화탄소 회수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현재 일본은 1그램당 축구장 정도의 넓이의 이산화탄소 저장 공간을 가지고 있는 흡착제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연구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일본은 EU의 규제에 대해 자국 기업의 대응력을 키워 나갈 수 있도록 자국 환경정책을 점차적으로 강화하고 있으며 또한 미래 친환경 기술 우위를 목표로 국가차원의 연구 개발에 집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Ⅲ. 기업들의 대응 전략
전사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화학물질 규제 이슈를 다뤄야 여러 선진국에서는 녹색화학을 표방한 정책들을 경쟁적으로 수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 이러한 변화에 대해 기업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REACH의 경우 이미 2008년에 사전 등록 기간이 끝났고 2009년부터 실질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했다.
따 라서 현재 해당 기업들은 강화된 화학물질 규제에 대한 실질적인 대처 방안을 강구중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REACH가 까다롭고 복잡해서 제대로 대응하려면 비용, 노력 등 많은 자원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이러한 어려움에 대해 체계적인 대응 방법을 제공하는 솔루션 제공업체가 늘고 있다. SAP은 2009년 3월 초 지속가능 경영을 위해 새로이 조직을 개편함과 동시에 지속가능 경영을 위한 환경보건안전 관리 솔루션(SAP REACH 등)을 출시하였다. 국내에서도 삼성 SDS가 테크니데이터 사와 통합환경솔루션 사업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환경관련 솔루션 사업이 활기를 띄고 있는 상황이다. 해당기업 입장에서 본다면 환경 솔루션을 도입하더라도 분명 과거보다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 하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규제들은 사전 예방이 목표라는 점 그리고 더 강화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단순히 실무적으로 대처하는 것은 궁극적인 문제 해결방안이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현 규제에 대한 단기적인 대응과 함께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래의 규제방향에 맞게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겠다.
화학물 질 규제를 포함한 환경이슈에 대한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대응은 이미 상당수의 기업들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측면에서 진행하고 있다. 즉, 많은 기업들은 사회발전과 함께 공존하기 위해 환경 오염 등 사회문제 해결에 동참하는 의미에서 환경문제를 다루어 왔다. 그러나 환경에 대한 규제가 심화되면서 앞으로 기업들은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환경 이슈에 대해 대응해야 하며 환경 이슈를 전사 경쟁력 확보차원에서 다뤄야 할 것이다. 환경 규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는 앞으로 기업의 경쟁력이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선진국에서 추진하는 환경 규제의 배경에 녹색화학의 개념이 포함되어 있음을 감안한다면 화학물질 규제의 직접적인 대상이 되는 화학기업들은 전사적인 차원에서 녹색화학을 시행하는 것이 환경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녹색화학은 원칙을 제안할 뿐 구체적인 실행 방법을 제시하고 있지 않아 이를 시행하는 기업들은 각각 시행 방법이 다를 수 있다. 그럼 화학기업들이 녹색화학을 제대로 시행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 라이프 사이클 개념을 도입한 환경요소 측정지표 개발
우 선, 라이프 사이클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 선진 국가의 정책 또한 라이프 사이클에 입각한 정책을 입안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응을 하기 위해서는 제품 설계부터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기업들은 제품 생산부터 폐기될 때까지의 환경 영향을 분석하여 이를 처음 제품을 생산할 때부터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구체적인 측정지표의 개발의 필수적이다. 수치화된 환경영향은 환경과 수익요소를 동시에 고려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BASF의 경우 경제적, 환경, 사회적 측면을 수치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여 현재 운영중에 있다. 특히 환경과 경제적인 측면을 동시에 고려하여 최적의 솔루션을 찾는 ‘친환경 효율화 분석 (Ecoefficiency Analysis)’ 시스템은 라이프 사이클 개념을 도입한 것으로 신제품 개발이나 공정개발 시 아주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에서 계산된 환경지수 및 비용지수를 토대로 회사가 최적의 대안을 찾을 수 있고 나아가 이를 통해 회사는 앞으로 제품/공정 개발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스테셜티 제품 전문기업인 Akzo Nobel도 친환경 효율화 분석 기법을 이용하고 있다. 즉, Akzo Nobel은 기술개발할 때 단순히 제품만 고려하지 않고, 제품, 공정, 자산의 라이프사이클을 감안하고 있으며 경제적인 측면과 함께 환경적인 측면도 동시에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실제 친환경 효율화 분석 기법을 적용해서 생산된 제품들이 2007년 전체 매출액의 18%를 차지하였고 2009년에는 이를 22%까지 올릴 계획이다. Akzo Nobel은 시설 확장의 경우에도 친환경 효율화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최근 중국 닝보에 건설 예정인 화학시설의 경우 친환경 효율화 분석 기법을 통해 유럽의 기존 시설 대비 비용측면이나 환경측면에서 유리한 방식을 채택할 수 있었다. Dow도 최근 라이프 사이클 개념이 사용된 ‘지속가능 화학지표 (Sustainability Chemistry Index) ’라는 지표를 자체적으로 만드는 등 녹색화학을 지표화하여 실제 업무에 사용하고 있다.
● 전사적 의사 결정 시스템 구축
둘째, 기업은 환경요소를 감안한 전사적인 의사 결정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과거와 같이 발생된 유해물질을 단순히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유해물질 생산 여부 및 대체 물질 개발 등을 결정하기 위해 환경 전문가뿐만 아니라 연구 개발자, 공정설계 엔지니어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모인 의사 결정 시스템이 있어야만 보다 용이하게 녹색화학을 실행할 수 있다. BASF의 경우 다양한 환경전문가가 모인 SUCCESS라는 조직을 만들어 각 사업부에서 녹색화학이 잘 시행될 수 있도록 컨설팅을 해주고 있으며 나아가 회사의 각 사업부 책임자들이 모인 지속 가능 협의체(Sustainability Council)을 조직하였으며 이곳에서 회사의 지속가능 전략 실행 점검 및 새로운 전략 수립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DuPont의 경우 미국 환경보호국의 독성물질 관리 업무 담당자를 영입해서 Chief Sustainability Officer에 임명하고 전사가 에너지 절감 및 녹색화학을 효율적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별도의 조직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 성과 창출을 위한 노력 지속
마지막으로 앞에서 언급한 내용들을 시행함과 동시에 녹색화학 전략의 지속성을 위한 성과 창출 노력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 녹색화학을 체계적이고 일관성 있게 시행하고 있는 BASF, Dow, DuPont, Akzo Nobel, DSM 등 선진기업은 이미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Dow와 BASF는 예전 공정에 비해 부산물이 없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프로필렌 옥사이드 생산 공정을 공동 개발하였으며 또한 Dow는 재생가능한 원료를 사용하고 폐수발생량을 70%이상 줄일 수 있는 새로운 에폭시 수지 생산 공정을 개발하였다. 나아가 BASF는 최근 하버드 대학과 함께 이산화탄소를 사용해서 유기화합물을 생산하는 기술 개발 연구에 착수하였다.
일본의 Asahi Kasei 의 경우 녹색화학의 개념을 바탕으로 이미 10년 전부터 폐기물이 적고 독성/위험성이 적은 원료, 중간체를 사용하는 화학프로세스 개발이념과 방법론을 개발, 운영하고 있다. 최근 폐기물 제로화와 수율 100%에 달하는 사이클로헥센 공법의 사이클로헥사놀 제조 프로세스를 개발하고 폴리카보네이트 생산 공정도 유독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공정을 개발하는 등 많은 친환경 공정을 개발하여 일본의 대표적인 친환경 화학회사로 자리매김하였다.
Ⅳ. 국내 현황과 시사점
2008 년 산업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기업의 경우 REACH 관련 비용(시험비, 등록비 등 직접비)으로 2007년부터 2018년 REACH 등록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12년 동안 최대 약 8천 7백억원 (연간 5백8십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하였다. 또한 동 기간에 REACH 시행으로 발생되는 기타 비용까지 합하면 최대 약 5조원(연간 약 4천억원)이 넘는 금액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국내 기업들이 REACH에 대응하기 위한 비용이 많고 절차도 까다롭기 때문에 REACH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노력뿐만 아니라 정부차원의 지원과 협조가 절실히 필요하다. 환경부에서는 REACH 도움센터를 개설, 운영하는 등 실무적인 지원을 함과 동시에 장기적인 측면에서 국내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국내 화학물질 관리 법령을 단계적으로 개정할 계획이다. 최근 환경부는 산·학·연·관이 참여한 ‘화학물질 관리 선진화 포럼’의 운영(2008년 7월~12월)을 통해 작성된 ‘화학물질관리 선진화 계획’을 발표하였다. 선진화 계획의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녹색화학으로의 전환 (Green SHIFT)’이라는 주제하에 유해물질 안전관리(Safety), 화학물질로부터 국민건강 보호(Health), 화학물질정보(Information) 확대, 이해관계자간 소통과 협력(Friendship), 건강/환경보호와 화학산업 경쟁력 제고를 함께(Together) 달성하는 것을 추진방향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움직임은 현재 선진국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화학물질 규제 정책에 발맞춰 가기 위한 것으로 적절한 실행이 뒷받침된다면 환경보호뿐만 아니라 국내기업의 경쟁력 제고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차원의 정책 정비 및 지원책 마련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들의 대응 수준이 전반적으로 열악한 상황이다. 대기업 위주로 단기적으로 REACH 전담팀을 만들고 자체적으로 유해물질DB를 만드는 등 발빠른 대응을 하고 장기적으로 제조 공정의 에너지 효율 향상, 유해 부산물 감소 등 근본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기업도 있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근본적인 해결책없이 폐기물 처리 등 과거의 사후 처리방법을 지속하고 있다. 게다가 많은 중소기업들은 REACH 등과 같은 화학물질 규제에 대한 단기적인 대응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008년 중소기업 중앙회가 해외 환경규제(EU의 REACH, 중국의 RoHS 등)에 대해 전국 116개 수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 조사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약 2/3가 환경규제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약 70%가 해외 환경 규제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적으로는 정부주도하에 대기업이 중심이 되서 중소기업 및 전문가들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컨소시엄에서는 선진국의 화학물질 규제에 대한 자료 및 대응 방법 등을 공유하고 나아가 공동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각 기업들은 녹색화학 전략을 전사차원에서 통합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생산/개발 체계로 전환하여 화학물질 규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응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작년 중국에서 제조된 아기용 분유에 멜라민이 다량 함유되어 중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큰 파문이 일어난 적이 있다. 멜라민은 열에 강하기 때문에 그릇 등 주방용 플라스틱에 많이 사용되고 있지만 식용 사용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금지되어있다. 이렇듯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멜라민이 1978년 이전 만하더라도 합법적으로 가축 사료로 사용된 적이 있었다.
현재 유해성으로 인해 사용이 금지된 DDT의 경우 개발 초기에는 ‘값싸고 효과 좋은 꿈의 신기술’로 불리었고 1950년대에는 세계 보건기구에서 말라리아를 막기 위해 적극 권장하기까지 하였다. 과거에는 화학합성물질에 대한 유해정보가 많지않아 실제 사람에게 치명적인 물질인데도 버젓이 판매, 사용되는 일이 많았다. 그러면 현재는 유해한 물질에 대한 통제가 잘 이루어져서 모든 제품이 안전하다고 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아직까지도 모든 화학물질들이 완전하게 유해성이 검증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셀 수 없이 많은 화학물질들이 생산, 가공되어 사용되고 있지만 이중 유해성이 파악된 제품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앞에서 얘기했듯이 실제 유해성이 있더라도 상당한 기간동안 일정량을 사용해야만 그 원인과 결과와의 관계를 밝혀낼 수 있기 때문에 모든 화학물질의 유해 여부를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 즉, 대량 유통, 사용되고 나서야 유해성 여부가 판단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와같이 최근 화학물질의 유해성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면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화학물질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EU의 경우 다른 국가에서 새로운 무역장벽이라고 주장함에도 불구하고 REACH(Registration, Evaluation, Authorization and Restriction of Chemicals) 와 같은 강력한 화학물질 규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EuP(Energy using Product), WEEE(Waste Electrical and Electronic Equipment) 등 단순히 화학물질에 그치지 않고 이를 사용하는 제품 및 에너지 사용에 대한 규제로까지 범위를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규제는 EU에만 그치지 않고 미국, 일본 같은 선진국뿐만 아니라 중국 등 개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다양한 규제가 확산되고 복잡해지면서 기업들은 이에 단순히 대응하기 보다는 근본적인 해결을 통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규제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녹색화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본고에서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녹색화학’에 대한 정의 및 탄생 배경에 대해 알아보고 주요 선진국의 화학물질 규제 현황을 통해 화학 기업의 바람직한 대응 전략을 점검해 보았다.
Ⅰ. 녹색화학의 탄생 배경 및 정의
지난 19세기 말부터 약 100여 년간 화학분야의 눈부신 발전에 힘입어 산업활동이 급속히 증가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현대 인류는 높은 생활 수준을 영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발전과 더불어 화학기술의 오남용으로 인해 우리 지구의 환경이 파괴되어 온 것 또한 사실이다. 이에 최근 들어서 모든 산업발전은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의 이념하에서 이루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용어는 1987년 ‘인류 공존의 미래(Our Common Future)’라는 유엔보고서에서 처음 쓰기 시작했으며 이 보고서에 의하면 모든 산업 성장은 현재의 필요를 충족함과 동시에 미래 인류세대의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반드시 자원과 환경이 보존되는 것을 전제로 한 성장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속가능한 발전의 이념이 확산되면서 화학산업에서도 그에 상응하는 녹색화학이라는 개념이 탄생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1990년 미국에서 환경오염방지 법령(Pollution Prevention Act)이 시행되면서 녹색화학에 대한 관심이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이 조치는 제품 생산활동에서 방출하는 오염원의 수집과 환경처리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제품 생산활동의 시작부터 원천적으로 오염가능성을 방지하는 최초의 환경관련 법이다. 이 법을 통해 1991년 환경보호국 산하의 오염방지 및 독성물질 사무국(Office of Pollution Prevention & Toxics)이 녹색화학 프로그램을 처음으로 설치하게 되었고 이때 ‘녹색화학’이라는 용어가 거론되기 시작했다. 녹색화학 프로그램은 미국환경보호국이 대학, 기업 그리고 정부기관들과 협력하여 오염을 원천적으로 방지하는 기술을 개발, 촉진하기 위한 것으로 현재도 계속 진행중인 프로그램이다. 1995년부터 미국 학계에서도 녹색화학에 대한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미국 화학학회 주최로 녹색화학 기술개발자들을 위한 포상제도 (Presidential Green Chemistry Challenge Awards)를 실시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결국 1998년 미국 환경보호국의 폴 T. 아나스타스와 메사추세츠 공대의 존 C. 워너가 녹색화학에 대한 정의 및 그 실행방안을 제시하면서 녹색화학이론을 정립하게 된다.
아나스타스 교수는 ‘녹색화학’을 ‘화학물질의 개발, 공정설계 또는 이용시 인간이나 환경에 유해한 물질의 생성 및 사용을 줄이거나 없애는 일체의 활동영역’이라고 정의하고, 생산성과 제조비용에만 관심을 가졌던 합성물질 개발 내지 제조업자들이 이제는 환경 요소를 감안해서 물질/공정 설계를 해야 함을 역설하였다. 즉, 지금까지 화학자/화학공학자들은 유해물질이 생산되면 처리한다는 식이였지만 앞으로는 아예 이러한 물질이 생성되지 않도록 물질 및 공정을 설계할 때부터 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지금까지의 물질 합성 방법의 기본 개념을 바꾸는 새로운 화학/화학공학의 패러다임이라 할 수 있다.
그럼 1990년대 초에 시작되었던 녹색화학 이슈가 왜 최근 들어 너도나도 인용하는 핫이슈로 대두되었는가? 화학물질 유해성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고조되면서 주요 선진국에서는 유해물질에 대한 정책 방향이 달라지게 된다. 소극적인 사후 처리 방식(End of pipe, 생산 공정의 최종 배출구에서 발생하는 폐수나 폐기물에 대해 사후 오염 처리하는 것을 의미함)에서 벗어나 유해 물질이라고 판정이 되지 않더라도 개연성이 있으면 규제하고 또한 이러한 유해물질이 발생할 경우 대체물질 사용을 유도하는 적극적인 규제 정책으로 전환하게 되는 것이다. 이들 정책의 근본적인 목표는 화학물질을 사람, 환경에 주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생산, 사용하는 것으로서 이는 녹색화학이 추구하는 방향과 일치한다. 즉 녹색화학이 이러한 강력한 규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방안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이러한 개념 도입을 통해 친환경 사업이라는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할 수 있어 최근 많은 국가와 기업들이 더욱더 녹색화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Ⅱ.주요 선진국의 유해화학 물질 규제 동향
녹색화학의 개념은 이미 여러 선진국에서 도입하여 직·간접적으로 환경 정책에 반영되고 있다.
EU
EU 의 제품이나 물질에 대한 규제는 REACH 뿐만 아니라 전기전자제품 폐기물 처리 지침인 WEEE와 전기전자장비의 유해물질 사용을 제한하는 RoHS(Restriction of Hazardous Substances), 자동차 폐차지침이라 할 수 있는 ELV(End-of-Life Vehicle) 등이 있다. REACH를 제외한 다른 규제는 해당 산업이 한정되어 있는 반면 REACH는 모든 화학물질을 다루는 포괄적인 규제라 할 수 있다. REACH에 대해 보다 자세히 살펴보면, REACH는 년 1톤 이상의 화학물질을 수입, 생산하는 모든 업체들에게 적용되며 미국에도 이와 유사한 규제가 있으나 미국은 신 물질에 대해 규정하는데 반해 REACH는 모든 물질에 대해 규정하고 있어 보다 강력한 규제라 할 수 있다.
REACH 규제의 근간이 된 EU의 환경 정책 원칙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 선 사전오염 예방차원에서 특정 물질이나 행위가 환경보호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없더라도 개연성이 있는 경우 사전에 방지하는 방향으로 정책 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는 철저한 오염자 부담원칙이다. 오염방지에 필요한 비용은 원인제공자가 부담해야 하며 이는 오염원인자에게 보조금 등을 지원하지 않아야 된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셋째, 미래 세대의 성장동력을 손상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넷째 환경세 등 간접 규제보다는 배출원인 오염자에 대한 직접 규제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과 마지막으로 모든 환경정책은 수송, 산업 등의 다른 정책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 정책 원칙에서 볼 수 있듯이 EU는 간접규제가 아닌 오염자에 대한 직접 규제 방식을 선택하고 있으며 유해성에 대한 개연성만 있어도 사전방지를 목표로 하고 있는 등 강한 규제를 선호하기 때문에 앞으로 REACH가 실행되는 단계에서 유해물질이 대체 물질로 전환되지 않는 한 유해물질에 대한 유통, 사용에 많은 문제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최근 EU는 REACH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요구하는 화학물질 제한 정책을 검토중에 있다. 원료 조달에서 폐기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 소비되는 에너지와 배출되는 폐기물을 정량화해 해당 제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 측정함으로서 제조단계부터 규제하는 통합제품 정책(Integrated Product Policy, IPP)이 이에 해당된다. 2001년 2월 EU는 통합제품 정책 녹색보고서 (IPP green paper)를 발간하고 공식의제로 채택하여 회원국간에 실행화를 위한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 중에 있다. 조만간 이 정책이 발효가 된다면 REACH보다 더 강력한 규제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미국
미국의 화학물질 관리는 독성물질통제 법령(Toxic Substance Control Act)과 환경오염방지 법령(Pollution Prevention Act)이 근간을 이루고 있으며 이 두 법령을 통해 신규화학물질 등록제도와 기존화학물질의 리스크 평가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 두 법령외에 각 주마다 해당 주에서 제정한 법령들이 있다. 다른 주에 비해 캘리포니아 주가 환경규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최근 캘리포니아 주 당국은 주 환경보호국에서 2008년 12월에 작성한 ‘녹색화학 발의(Green Chemistry Initiative)’를 일부 수용하여 법제화하면서 환경규제를 강화하였다. 비록 발의 내용 중 일부만 법으로 채택되긴 했지만 앞으로 미국의 화학물질 규제가 발의 내용을 근거로 더 강화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발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캘리포니아 주 환경보호국의 발의 내용은 EU의 REACH와 유사한 부분이 많다. 모든 물질 정보 및 독성물질에 대한 정보를 공개한다는 점과 제조업자들이 유해물질을 다른 물질로 대체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점 등 REACH와 일맥상통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제품 판매에 관여하여 친환경제품을 생산하도록 유도한다는 점은 REACH에 비해 좀더 적극적인 대책이라 할 수 있다. 발의 내용 중 최근 주 정부가 채택한 내용은 물질 정보 공개 의무화 및 독성정보 열람 등이며 이미 법률화해서 효력이 발효된 상태다.
미국의 화학물질 규제 움직임은 유럽에 비한다면 그리 활발하지 않다고 볼 수 있지만 녹색화학에 대한 미국내 학계의 대응은 타국가와 비교해 볼 때 매우 적극적이다. 미국의 예일대학, 카네기멜론 대학 등 10개가 넘는 유명 대학들은 이미 녹색화학 과정을 별도로 개설, 운영하면서 미래 녹색화학 산업을 이끌어 갈 인재를 육성하고 있다. 또한 미국 화학학회에 있는 녹색화학협회(Green Chemistry Institute)에서는 앞으로 녹색공정기술을 인증할 수 있는 표준을 만들어 기업들이 녹색화학을 실천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일본
일 본 또한 녹색화학으로의 변화에 발맞춰 최근 정부정책에 녹색화학의 이슈를 적극 반영하고 있다. 우선 일본 정부는 일본내 화학물질 규제 법률인 화학물질 심사 규제법을 2009년 2월에 개정하면서 모든 기존/신규 화학물질에 대한 리스크 베이스 관리를 강화할 예정이다. 또한 ‘우선 평가 화학물질’(유해 물질)을 선정하고 이에 해당되는 제품에 대해서는 사업자가 제조/수입 물량과 용도 정보를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하였다. 이번 개정은 기업의 대응 능력을 감안하여 EU REACH 정도로 강화하진 않았지만 기업의 수준이 높아지면 더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일본 정부는 기술 강국에 걸맞게 녹색화학 기술 확보를 위해 적극적인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신에너지/산업기술 종합개발기구 등과 함께 2005년부터 작성하고 있는 ‘국가기술 전략 개발 맵’에 2008년부터 ‘녹색 지속가능화학 (Green Sustainable Chemistry)’ 항목을 추가하였다. 신에너지/산업기술 종합개발기구는 별도의 녹색 지속가능 화학 위원회를 설치하고 에너지 절약, 생활의 질 향상, 자원 절약, 친환경 등 4가지 지표를 중심으로 이에 해당하는 화학 기술 개발 항목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 일본은 녹색화학 정량화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신에너지/산업기술 종합개발기구가 지정한 녹색 지속가능 화학 추진을 위한 기술 개발 과제를 보면 매우 구체적으로 나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최근 발표된 2009년의 녹색 지속가능 화학 추진과제를 보면 벌크 제품의 친환경 생산 공정 개발에 대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최근 일본이 벌크 제품에 대해 특별히 관심을 두는 이유는 일본화학산업이 지금까지 제품의 스페셜티화, 자원 이용의 효율화에 집중해 왔지만 화학산업의 스페설티화가 일정하게 계속 진행되더라도 에틸렌이나 프로필렌 등 기초원료가 앞으로도 계속 사용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보면 첫째는 나프타 분해방식을 기존의 열분해방식이 아닌 촉매 접촉분해 방식으로 개발하는 것이다. 이 기술이 개발된다면 반응기의 반응 온도를 낮추게 되서 사용 에너지 량을 20%이상 낮출 수 있고 또한 반응 수율을 높일 수 있어 생산성 향상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효과를 얻게 된다.
현재 전세계 에틸렌, 프로필렌의 생산 방식이 상당부분 나프타 열분해 방식임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기술의 파급효과는 엄청날 것이다. 둘째는 나노기술을 응용한 다공질 막을 적용해서 분리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 기술을 적용한다면 기존 공정에 비해 50% 가까운 에너지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분리공정이 대부분의 석유화학 공정에 포함되어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 또한 획기적으로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마지막으로 획기적인 이산화탄소 회수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현재 일본은 1그램당 축구장 정도의 넓이의 이산화탄소 저장 공간을 가지고 있는 흡착제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연구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일본은 EU의 규제에 대해 자국 기업의 대응력을 키워 나갈 수 있도록 자국 환경정책을 점차적으로 강화하고 있으며 또한 미래 친환경 기술 우위를 목표로 국가차원의 연구 개발에 집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Ⅲ. 기업들의 대응 전략
전사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화학물질 규제 이슈를 다뤄야 여러 선진국에서는 녹색화학을 표방한 정책들을 경쟁적으로 수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 이러한 변화에 대해 기업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REACH의 경우 이미 2008년에 사전 등록 기간이 끝났고 2009년부터 실질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했다.
따 라서 현재 해당 기업들은 강화된 화학물질 규제에 대한 실질적인 대처 방안을 강구중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REACH가 까다롭고 복잡해서 제대로 대응하려면 비용, 노력 등 많은 자원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이러한 어려움에 대해 체계적인 대응 방법을 제공하는 솔루션 제공업체가 늘고 있다. SAP은 2009년 3월 초 지속가능 경영을 위해 새로이 조직을 개편함과 동시에 지속가능 경영을 위한 환경보건안전 관리 솔루션(SAP REACH 등)을 출시하였다. 국내에서도 삼성 SDS가 테크니데이터 사와 통합환경솔루션 사업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환경관련 솔루션 사업이 활기를 띄고 있는 상황이다. 해당기업 입장에서 본다면 환경 솔루션을 도입하더라도 분명 과거보다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 하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규제들은 사전 예방이 목표라는 점 그리고 더 강화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단순히 실무적으로 대처하는 것은 궁극적인 문제 해결방안이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현 규제에 대한 단기적인 대응과 함께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래의 규제방향에 맞게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겠다.
화학물 질 규제를 포함한 환경이슈에 대한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대응은 이미 상당수의 기업들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측면에서 진행하고 있다. 즉, 많은 기업들은 사회발전과 함께 공존하기 위해 환경 오염 등 사회문제 해결에 동참하는 의미에서 환경문제를 다루어 왔다. 그러나 환경에 대한 규제가 심화되면서 앞으로 기업들은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환경 이슈에 대해 대응해야 하며 환경 이슈를 전사 경쟁력 확보차원에서 다뤄야 할 것이다. 환경 규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는 앞으로 기업의 경쟁력이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선진국에서 추진하는 환경 규제의 배경에 녹색화학의 개념이 포함되어 있음을 감안한다면 화학물질 규제의 직접적인 대상이 되는 화학기업들은 전사적인 차원에서 녹색화학을 시행하는 것이 환경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녹색화학은 원칙을 제안할 뿐 구체적인 실행 방법을 제시하고 있지 않아 이를 시행하는 기업들은 각각 시행 방법이 다를 수 있다. 그럼 화학기업들이 녹색화학을 제대로 시행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 라이프 사이클 개념을 도입한 환경요소 측정지표 개발
우 선, 라이프 사이클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 선진 국가의 정책 또한 라이프 사이클에 입각한 정책을 입안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응을 하기 위해서는 제품 설계부터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기업들은 제품 생산부터 폐기될 때까지의 환경 영향을 분석하여 이를 처음 제품을 생산할 때부터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구체적인 측정지표의 개발의 필수적이다. 수치화된 환경영향은 환경과 수익요소를 동시에 고려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BASF의 경우 경제적, 환경, 사회적 측면을 수치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여 현재 운영중에 있다. 특히 환경과 경제적인 측면을 동시에 고려하여 최적의 솔루션을 찾는 ‘친환경 효율화 분석 (Ecoefficiency Analysis)’ 시스템은 라이프 사이클 개념을 도입한 것으로 신제품 개발이나 공정개발 시 아주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에서 계산된 환경지수 및 비용지수를 토대로 회사가 최적의 대안을 찾을 수 있고 나아가 이를 통해 회사는 앞으로 제품/공정 개발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스테셜티 제품 전문기업인 Akzo Nobel도 친환경 효율화 분석 기법을 이용하고 있다. 즉, Akzo Nobel은 기술개발할 때 단순히 제품만 고려하지 않고, 제품, 공정, 자산의 라이프사이클을 감안하고 있으며 경제적인 측면과 함께 환경적인 측면도 동시에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실제 친환경 효율화 분석 기법을 적용해서 생산된 제품들이 2007년 전체 매출액의 18%를 차지하였고 2009년에는 이를 22%까지 올릴 계획이다. Akzo Nobel은 시설 확장의 경우에도 친환경 효율화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최근 중국 닝보에 건설 예정인 화학시설의 경우 친환경 효율화 분석 기법을 통해 유럽의 기존 시설 대비 비용측면이나 환경측면에서 유리한 방식을 채택할 수 있었다. Dow도 최근 라이프 사이클 개념이 사용된 ‘지속가능 화학지표 (Sustainability Chemistry Index) ’라는 지표를 자체적으로 만드는 등 녹색화학을 지표화하여 실제 업무에 사용하고 있다.
● 전사적 의사 결정 시스템 구축
둘째, 기업은 환경요소를 감안한 전사적인 의사 결정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과거와 같이 발생된 유해물질을 단순히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유해물질 생산 여부 및 대체 물질 개발 등을 결정하기 위해 환경 전문가뿐만 아니라 연구 개발자, 공정설계 엔지니어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모인 의사 결정 시스템이 있어야만 보다 용이하게 녹색화학을 실행할 수 있다. BASF의 경우 다양한 환경전문가가 모인 SUCCESS라는 조직을 만들어 각 사업부에서 녹색화학이 잘 시행될 수 있도록 컨설팅을 해주고 있으며 나아가 회사의 각 사업부 책임자들이 모인 지속 가능 협의체(Sustainability Council)을 조직하였으며 이곳에서 회사의 지속가능 전략 실행 점검 및 새로운 전략 수립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DuPont의 경우 미국 환경보호국의 독성물질 관리 업무 담당자를 영입해서 Chief Sustainability Officer에 임명하고 전사가 에너지 절감 및 녹색화학을 효율적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별도의 조직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 성과 창출을 위한 노력 지속
마지막으로 앞에서 언급한 내용들을 시행함과 동시에 녹색화학 전략의 지속성을 위한 성과 창출 노력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 녹색화학을 체계적이고 일관성 있게 시행하고 있는 BASF, Dow, DuPont, Akzo Nobel, DSM 등 선진기업은 이미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Dow와 BASF는 예전 공정에 비해 부산물이 없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프로필렌 옥사이드 생산 공정을 공동 개발하였으며 또한 Dow는 재생가능한 원료를 사용하고 폐수발생량을 70%이상 줄일 수 있는 새로운 에폭시 수지 생산 공정을 개발하였다. 나아가 BASF는 최근 하버드 대학과 함께 이산화탄소를 사용해서 유기화합물을 생산하는 기술 개발 연구에 착수하였다.
일본의 Asahi Kasei 의 경우 녹색화학의 개념을 바탕으로 이미 10년 전부터 폐기물이 적고 독성/위험성이 적은 원료, 중간체를 사용하는 화학프로세스 개발이념과 방법론을 개발, 운영하고 있다. 최근 폐기물 제로화와 수율 100%에 달하는 사이클로헥센 공법의 사이클로헥사놀 제조 프로세스를 개발하고 폴리카보네이트 생산 공정도 유독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공정을 개발하는 등 많은 친환경 공정을 개발하여 일본의 대표적인 친환경 화학회사로 자리매김하였다.
Ⅳ. 국내 현황과 시사점
2008 년 산업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기업의 경우 REACH 관련 비용(시험비, 등록비 등 직접비)으로 2007년부터 2018년 REACH 등록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12년 동안 최대 약 8천 7백억원 (연간 5백8십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하였다. 또한 동 기간에 REACH 시행으로 발생되는 기타 비용까지 합하면 최대 약 5조원(연간 약 4천억원)이 넘는 금액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국내 기업들이 REACH에 대응하기 위한 비용이 많고 절차도 까다롭기 때문에 REACH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노력뿐만 아니라 정부차원의 지원과 협조가 절실히 필요하다. 환경부에서는 REACH 도움센터를 개설, 운영하는 등 실무적인 지원을 함과 동시에 장기적인 측면에서 국내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국내 화학물질 관리 법령을 단계적으로 개정할 계획이다. 최근 환경부는 산·학·연·관이 참여한 ‘화학물질 관리 선진화 포럼’의 운영(2008년 7월~12월)을 통해 작성된 ‘화학물질관리 선진화 계획’을 발표하였다. 선진화 계획의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녹색화학으로의 전환 (Green SHIFT)’이라는 주제하에 유해물질 안전관리(Safety), 화학물질로부터 국민건강 보호(Health), 화학물질정보(Information) 확대, 이해관계자간 소통과 협력(Friendship), 건강/환경보호와 화학산업 경쟁력 제고를 함께(Together) 달성하는 것을 추진방향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움직임은 현재 선진국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화학물질 규제 정책에 발맞춰 가기 위한 것으로 적절한 실행이 뒷받침된다면 환경보호뿐만 아니라 국내기업의 경쟁력 제고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차원의 정책 정비 및 지원책 마련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들의 대응 수준이 전반적으로 열악한 상황이다. 대기업 위주로 단기적으로 REACH 전담팀을 만들고 자체적으로 유해물질DB를 만드는 등 발빠른 대응을 하고 장기적으로 제조 공정의 에너지 효율 향상, 유해 부산물 감소 등 근본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기업도 있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근본적인 해결책없이 폐기물 처리 등 과거의 사후 처리방법을 지속하고 있다. 게다가 많은 중소기업들은 REACH 등과 같은 화학물질 규제에 대한 단기적인 대응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008년 중소기업 중앙회가 해외 환경규제(EU의 REACH, 중국의 RoHS 등)에 대해 전국 116개 수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 조사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약 2/3가 환경규제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약 70%가 해외 환경 규제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적으로는 정부주도하에 대기업이 중심이 되서 중소기업 및 전문가들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컨소시엄에서는 선진국의 화학물질 규제에 대한 자료 및 대응 방법 등을 공유하고 나아가 공동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각 기업들은 녹색화학 전략을 전사차원에서 통합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생산/개발 체계로 전환하여 화학물질 규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응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출처: LG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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